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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GJU MUNICIPAL HOSPITAL

    병원소식

    진실한 치료를 서비스하는 영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워크샵 수기 수상자 (보람상)|
    • 작성일2010/10/16 00:00
    • 조회 12,152

    마음까지 치료하는 물리치료사


    서울인애가노인요양시설 김은숙


    오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지난 4개월 동안의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며

    ]어르신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하나 둘씩 그려지니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젊고 발랄한 직원들과 함께하면서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사랑하는 얼굴들이 있어 이 여행에 행복감을 더한다.


    워크샵을 기대하는 직원들은 벌써 일주일 전부터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면,

    지난해 워크샵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 있을 행사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었다.

    그 중에서도 장기자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직원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난다.

    신입인 나에게는 올해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 행사가 얼마나 의미 있고 재미있기에 저럴까?

    내심 궁금하면서도 섬기는 교회에서 성가대 임원으로 20여 년을 섬기며

    주일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기에,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하였었다.

    참석하기로 확실히 결정을 못하면서도 첫 행사인데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교회 일을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하고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관광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가는 소박한 여행이 새로운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시끄러운 버스 속에서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일인 것 같았다.

    2010년의 봄이 나에겐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왔다.
    2010년 겨울의 마지막 자락에서 나를 일깨워 주시고

    사랑의 자리로 인도해 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연히 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인애가 병원을 알게 되었고,

    김덕호이사장님의 “역경의 열매”를 읽으며 말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지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때마침 물리치료사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이런 병원이라면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내가 오랫동안 속해 있었던 곳처럼 이상하리만치 따뜻함이 느껴져왔다.

    “사람을 사랑하는 집”이라는 이름이 좋아 꼭 인애가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나는 대학원에서 3년여 동안 상담공부를 하고,

    상담코칭센터에서 대학생과 일반인 상담을 하며 심리상담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던 중,

    고모의 간곡한 부탁으로 압구정동에서 기업형 헬스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고모회사의 상담실장으로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으며,

    정말 날씬하고 예쁜데도 불구하고 더 날씬하고

    더 예쁘게 가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 살을 정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며 그 대가로 멋진 몸매를 갖고,

    상품화된 몸으로 돈을 벌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사는지 보게 되었다.

     내가 있던 신촌이 낭만이 있는 곳 이라면 , 압구정동은 그와는 또 다른 곳이었다.


    그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

    그리고 그 많은 돈으로 자신을 여러모로 가꾸기 위해 아낌없이 쓰고,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풍요롭고 멋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지,

    그래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인애가 사이트를 본 후에 나의 머리 속에는 그 무언가가 계속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사랑이 어디로 가는지 점검해보게 됐다.

    토요일이면 강남구청 소속으로 중고등학교에 가서 자원봉사 교육 강사를 하던

    나는 그 일이 좋았고, 봉사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 수 있었기에

    내 혼신을 바쳐 일하고 싶은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났다.

    그날로부터 인애가에서의 나를 꿈꾸기 시작했다.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하루라도 빨리 보람있게 나를 불태울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벤츠와 BMW가 흔한 압구정동 일을 정리하게 되었고,

    오금동에 있는 인애가를 알게 하셨고, 꿈꾸게 하셨다.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출근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있는 이곳으로 말이다.
    '바로 여기다'싶었다. 내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이..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력서를 내게 되었고, 인애가의 가족이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우리의 육체가 좋아질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까지 치유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난 내가 배운 상담을 통해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치료사”가 되기로 하였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회 닿을 때마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아프고 시린 마음을 읽어드리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그 분들과 친숙해지고,

    어느덧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어느 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아침이면

    오늘 만날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원장님이

    어김없이 직원들 책상을 닦아놓으시고 약간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선생님”하는 목소리가 참 듣기 좋다.


    어떤 기관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기에 가능하면

    원장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다 보니 정말 정이 많이 들었고,

    고슴도치처럼 매일 매일이 사랑스럽다.

    어떤 때는 안쓰러운 생각에 아무 말 없이 허깅을 하곤 한다.

    말 안 해도 다 알고 이해한다는 무언의 행동이다.


    매일 매일 방마다 다른 일이 일어나지만,

    그 때마다 직원들이 협조하며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사랑으로 헤쳐나간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매일 만나도 새롭게 반가우며,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도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사랑스러우시다.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인애가에서의 지난 봄날 목련이 아름답게 피던 날

    쓴 글 중에서 생각나는 글이 있어 실어 본다.
    -4월의 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내 마음에도 봄 꽃이 피었다. 만발하였다.
    가슴이 벅차게 뛰며 얼굴이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나절만 해도 봉우리로 남아있던 수줍던 목련마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내가 더 잘났다”고 뽐내기를 하는 듯 하다.
    내가 더 예쁘다고, 내가 봄 꽃의 전령이라고..서로 어깨를 으쓱대며 내 자랑하기에 바쁘다.

    저들의 키 재기 하는 모습이 나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흐르게 한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에게도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이 가슴 뛰는 벅참의 환희를 어르신들과 누리며 나누고 싶다.


    월요일 아침 일찍 어르신을 뵈러 병실로 가면 “선생님 빨리 만나게 해 달라고

    밤에 잠도 조금만 자고 새벽에 깨어서 기도했어요”라며 같이

    찬송을 몇 곡이고 부르시던 어르신이 요 며칠 몸 상태가 안 좋아지시며

    기분이 많이 다운되신 장..어르신, 너무 마르고 아프셔서 살이라고는 만져지지도 않고

    뼈만 앙상한 홍..어르신, 따님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시던 이..어르신,

    따님이 와야 아픈 배가 낫는 김..어르신,

     이 어르신들의 가슴 속에도 봄꽃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시길 기도 드리며 하루의 생활을 시작했다.

    네 명이 살아가는 작은 병실에서도 힘의 작용이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인지가 가장 좋은 어르신과 상담을 하다가 이제는 오른쪽 마비로

     말씀이 어눌하신 분도 말씀을 못하셔서 눈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꾸준한 대화와 사랑으로 마음을 읽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한 분 한 분 질환에 따라, 특성에 따라,

    물리치료를 하고 상담을 하다가 왼쪽이 마비가 왔든,

    오른쪽이 마비가 왔든, 무릎이 안 좋든, 건강한 팔이나 다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기능을 살려 건강한 팔로 아픈 팔을 받치고 운동을 하고,

    엉덩이를 들어서 기저귀 갈기에 좋은 자세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운동을 같이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 경쟁하기도 하여

    더 열심히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가 인다.

    최대한 어르신들을 공평하게 대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어르신들을 안아드림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드린다.

    그런 중에도 수시로 변하는 어르신들의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그 속에서 어르신들끼리 미움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힘의 균형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인애가에서의 생활 중에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사람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랑해야 할 대상인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사람이 무엇으로 구원을 얻을까? 라고 했을 때 행위로 구원을 얻는다면

    천국에 들어갈 자가 몇이나 될까?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사랑스러운 사람,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만 사랑을 한다면

    선택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받은 사랑을,

    내 마음에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인해 사랑의 대상이 생기고 마음 속에

    더 깊은 사랑의 샘이 생겨감을 느낀다.

    전심을 다해 사랑을 주어도 못 받아들인다면 몰라도 무조건적으로 주는

    사랑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랑이 아닐까한다.


    저녁시간에 병원 별 장기자랑을 열정적으로 마치고 오대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푹 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밤새 내린 비로 저 멀리 하얀 물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오대산 자락의 녹음이 참으로 신비롭다.
    지난 여러 날 동안 계속 무덥고, 구름이 끼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장마철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된다며 투덜거렸었는데

    모처럼의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대하는 나의 가슴은 왜 이리 콩닥거리며 뛰어대는지...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비 오는 아침에 산책을 하였다 .

    비는 부슬부슬 내리나 녹음 우거진 나무들과 귀를 간지럽히는 나뭇잎들의 소근대는 소리,

    이름 모르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 왜 이리 마음이 설레는 걸까?

    정말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와 평안함인지..


    이런 평안함이 모든 일을 주께 하듯 하고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시고 섬기시는 나의 엄마에게서 느꼈던 것이다.

    주님의 우리를 향한 따뜻한 사랑을 여기에 와서도 보았고 계속해서 삶 가운데 느끼게 된다.
    아침 식사 후 예배시에도 힘찬 찬송을 부르며 우리 주님의 살아 계심을 체험하고

    장경동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은혜 받는 귀한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나에게 과연 어떤 분이실까?
    나에게 예수님은 엄마와 같은 분이시다.

    나의 삶 가운데 늘 살아계셔서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나의 삶의 방향을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으로 정한 것이 엄마의 따뜻한 사랑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많은 사랑을 나눔으로 인생의 깊이를 더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어머니 같은 주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기도하며 나아간다.

     

    인애가에서의 삶이 사랑의 깊이를 더해가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허락하신 좋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