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덕호 (26) 기도 끝 영주에 종합한방병원 기공식
- 작성일200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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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매주 영주를 내려갔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 들판을 보며 고민했다.
‘이대로 어머니까지 돌아가신다면 영주와 인연이 영영 끊기지 않을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 길은 무엇일까.’
기도 끝에 영주에 의료복지타운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금을 총동원하고 융자를 좀 받으면 땅을 사고 우선 종합한방병원을 건축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주말마다 영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적당한 부지를 물색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예정지 가까운 곳에 10만5000㎡(약 3만평)의 임야가 나왔다. 의료 복지 시설을 만들기에 적합했다. 나는 땅 주인을 찾아가기에 앞서 영주중앙교회 이수열 목사님을 먼저 찾아갔다.
“목사님, 영주에 복음의 전진기지가 될 의료 복지 타운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때마침 좋은 땅이 나왔어요. 교회가 함께 기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희는 기도로 돕겠습니다.”
중앙교회 성도들은 매일 그 땅에 찾아가, 히브리 백성이 여리고성을 돌 듯이 그 일대를 한 바퀴 돌며 기도를 했다. 나도 영주를 오갈 때마다 그곳을 찾아 혼자 빙빙 돌면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 땅을 주십시오. 여기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 영주 복음화를 돕게 해주십시오.”
마치 그 땅이 이미 우리 땅이 된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서울에서도 신우회와 예사랑교회(참사랑교회에서 이름을 바꿈) 기도팀장 이창희 권사님이 기도로 도왔다.
땅 주인은 이미 다른 축산업자와 매각 협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 옆에 여관방을 잡고는 치밀하게 작전을 짰다. 축산업자와 협상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음날 아침 은행이 문을 열기도 전에 땅 주인을 찾아갔다. 담판을 했다.
“이 땅에 사람을 살리는 병원과 복지 시설을 세우려 합니다. 저희가 많은 돈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영주에 더 많은 혜택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땅을 파십시오.”
결국 그날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한 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땅 주인의 부인은 교회 권사로 우리 한방병원의 고객이었다. 참으로 하나님의 섭리가 놀라웠다. 하나님은 이미 여리고 작전의 성공을 예비해 두셨던 것이다.
가슴이 벅찼다. 우리 가문이 영주에서 60여년 운영해온 한의원을 사랑해 준 시민들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기도 중에 생겼다. 1997년 1월, 매입한 땅 중 가장 좋은 곳 2만2606㎡(약 7000평)를 영주시에 헌납했다. 그해 6월 종합한방병원 기공식도 거창하게 했다.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지역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나도 뿌듯했다.
며칠 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직속 비서로 국제 사정에 밝은 친구였다.
“김 박사, 지금 한국이 위험하다. 국가 부도 직전이다.”
“무슨 소리냐. 우리 고향 출신의 강경식 장관도 아무 문제 없다고 호언장담하는데….”
“내 말 믿어라. 지금 함부로 투자했다가는 큰일 날끼다.”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