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덕호 (25) 아버지 ‘믿음으로 살라’ 유언 남기고 소천
- 작성일200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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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이미 몸이 많이 쇠약해져 서울 오금동 한의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내와 아버지 앞에서 입을 뗐다.
“의료법인을 만들까 합니다. 그러려면 한의원 건물을 내놓고, 제가 모은 재산도 내놔야 합니다. 대신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노인복지에 힘쓰는 병원을 만들겠습니다.”
아버지는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 가문이 믿음의 유산을 받아 이만큼 온 것이 감사하다. 네 할배와 내가 못다한 일, 이렇게 공익법인을 만들어 너희 내외 둘이 협력해서 잘 이루어 나가거라.”
아내도 내게 말했다.
“저는 병원으로 번 돈에 욕심이 없어요. 당신은 기도하는 사람이니 기도 중에 응답 받은 대로 하세요.”
마음이 홀가분했다. 동생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었다. 1995년 7월 15일 서울시 의학과에서 의료법인 허가를 받았다. 모든 부채를 다 변제하는 조건이었다. 건물을 내놓고도 내 재산을 더 털어 넣어야 했다. 그래도 감사했다. 아울러 한의원도 한방병원으로 확장 승격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했다.
아버지는 이듬해인 96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돌보며 직접 목욕을 시키셨다. 그때 어깨 인대가 파열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3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몸이 쇠약해져 마지막 수술에서는 마취에서 깨는 것도 힘들었다. 일어서면 넘어지고 오래 앉지도 못하셨다.
어느 토요일 오후,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와 내 아내의 손을 한참 동안 꼭 잡으셨다.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모기 소리만한 음성으로 간신히 말씀하셨다.
“여보, 당신에게 제일 미안하오. 부디 건강하고 야들 기도 뒷바라지 잘 해주게.”
아버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눈물이었다. 아버지는 간신히 침을 짜내 입안을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김 장로, 내 아들아, 너를 축복한다. 믿음으로 살거라. 할배가 유언하신 노인 복지도 잘 이루거라. 여러분들이 우리를 눈물겹도록 사랑해주었다. 네가 이만큼 와 있는 것도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요 둘째는 우리 한의원을 찾아준 사람들의 은혜다.”
아버지는 또 아내를 바라보시며 말했다.
“윤 목사, 며늘아가야. 참사랑교회가 크게 부흥하는 모습을 보고 떠났으면 좋겠는데, 남은 것을 교회에 바치고 싶다. 부디 동생들과도 우애 있게 지내거라. 너를 믿는다.”
그것이 유언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만이었다. 68세를 향유하셨다. 5일장을 치른 뒤, 아버지를 간병하셨던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김 장로님은 병석에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저에게 예수 믿으라고 전도하셨습니다. 마지막 운명하실 때 무지개 길을 따라 하늘로 가는 듯한 모습을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가족 여러분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면서 저도 예수 믿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성곡리 고택에서 지내고 싶어했다.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시다 결국 치매가 왔다.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