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덕호 (20) 동생 부부갈등 화해자역 뿌듯
- 작성일200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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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의 집에는 영호 외삼촌이 와 있었다. 영호 내외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외삼촌이 먼저 내게 부탁을 했다.
“자네가 진행을 해주게. 정말 부탁하네. 나는 말주변이 없네. 솔로몬의 지혜로 해 주게.”
나는 한참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 외삼촌과 이렇게 있는 것은 두 사람의 장래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요. 제수씨에게 먼저 말할 기회를 드릴 테니 가감 없이 말해 주세요.”
“외숙부님, 아주버님, 모두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자초지종을 다 들었다. 둘 사이의 성격 차이에서 온 갈등이었다. 영호의 얘기도 들어보았다.
“형님, 외삼촌, 부끄럽습니다. 제가 기도가 부족한가 봅니다. 내자가 이야기한 그대로 입니다만 제 불찰도 컸습니다.”
외삼촌과 다른 방으로 옮겨 가 의견을 여쭈었다. 역시 화해를 시키자는 생각이었다. 나도 동감이었다. 다시 영호네에게 갔다. 두 사람을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마지막 말을 했다.
“양쪽 다 결혼 준비 기도를 충분히 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였을 줄로 안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성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목회의 길을 가기 위해 만나지 않았나. 합심해도 어려운 길인데, 벌써 이렇게 삐걱거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해답은 외삼촌과 나보다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일세.”
제수씨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더 드릴 얘기가 없습니다. 제가 자제하고 더 잘 섬기겠습니다.”
영호도 다짐을 했다.
“앞으로도 목회의 길을 계속 가야 할 터입니다. 마음을 모아서 가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외삼촌이 조용히 타일렀다.
“이혼은 영적 힘을 약하게 한다. 두 사람이 더 기도하고 더 노력하여 선한 목자로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훌륭한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네.”
외삼촌이 짧게 기도한 뒤 영호네 집을 나왔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오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했다. 영주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뼈저리게 아픔을 겪었던 내가, 그 아들인 영호 부부의 화해자로 사용된 것 아닌가. 이제 진정으로 영호도 내 동생으로 받아들이고 영호도 나를 형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이 사실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감사했다.
영호는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은 미국에서 목회를 잘하고 있다. 목사도 부부싸움을 하냐고 흉을 볼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크고 작은 갈등이 없는 관계가 어디에 있겠는가. 갈등이 있는데도 없는 척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갈등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진정으로 화해한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법이다.
사실은 그 직후 우리 부부도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아내가 밤늦게까지 책을 뒤적이고 서류를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목회를 하고 싶어서 목사고시를 공부해 왔어요. 하나님이 자꾸 그런 마음을 주세요.”
“당신이 목사가 되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 다 클 때까지 당신은 상담 일만 하기로 했잖아.”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