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덕호 (5) 지난날 방황 참회의 기도… 새 인생 시작
- 작성일2009/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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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흥회의 열기에 압도되기 시작했다. 여태 그냥 불렀던 찬송가였는데 가사가 하나하나 가슴에 파고들었다. 다섯 끼를 굶는 동안 먹은 것이라고는 고구마뿐이었는데 머리는 오히려 더 맑아졌다. 분명히 맥이 빠진 상태여야 하는데 알지 못하는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기도를 하는데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라는 생각이 몰려 왔다.
그때 목사님께서 강단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김덕호 학생이 ‘은혜를 간절히 사모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감사헌금을 했습니다. 김덕호 학생이 누군지 일어나 보시오.”
순간 벌떡 일어났다. 목사님은 “덕호 학생은 방언 통역 예언에 가르치는 은사는 물론 특별히 신유의 은사가 강력하게 임할 터이니 바짝 매달리세요”라고 하셨다. 난 순간적으로 “아멘”하고 크게 외쳤다. 그 자리에 있던 온 교인들이 다 같이 “아멘”하며 화답해 주었다. 난 그때 감사헌금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날 대신해 감사 헌금을 냈던 것이다. 그게 부모님인지, 성우였는지, 다른 누구였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조지 뮬러 이야기를 하셨다. 어린 시절 방황했던 그는 20세 때 주님을 영접한 뒤 평생 고아원을 섬겼다. 모든 것을 나누었기에 말년에는 쪼들렸지만 오히려 하나님께 더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세상의 권세와 명예, 재물을 다 버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유산을 남긴 그의 이야기가 내게 불을 지폈다.
“나도 100여년 전 이 믿음의 선배처럼 살게 해 주십시오.” 조지 뮬러가 만난 그 하나님을 나도 만나고 싶었다.
“하나님, 고통에 빠져 헤매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 김덕호를 사랑하십니까. 내 평생을 내맡길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진정 이 구덩이에서 건져 주신다면 나의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어느 때와는 다르게 기도가 술술 이어졌다. 내 마음속에 있던 의심이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선하게 인도해 주시는 길을 따라 순종하겠습니다. 새롭게 하소서. 저의 미래를 보여 주소서.”
기도를 하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얼굴도 화끈거렸다. 심장이 뛰었다. 어떻게 할 줄 몰랐다. 몸이 떨렸다. 뜨거운 열기가 배 깊숙한 곳에서 배꼽으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오 하나님, 너무 뜨거워요. 진정 이 느낌이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면 더욱 뜨겁게 해 주십시오.”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십자가 위를 바라보는데 마치 전기 치료를 받듯이 짜르르 전율이 왔다. 불덩이가 가슴과 등을 뚫어 놓는 듯했다.
집회가 마친 뒤에도 더 기도를 하고 싶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나 혼자 죽으려고 올라갔던 그곳이었다. 한강과 임진강이 두껍게 얼어붙은 추운 밤이었다. 바람도 쌩쌩 불었다. 그래도 나는 성령 충만을 받고 은사를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산중턱까지 걸어가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마침 보름이 가까워 달이 밝았다.
기도도 절로 나왔다. 전에는 기도할 말이 없었는데, 이때는 이상하게도 눈물 콧물이 흘러도 닦을 틈도 없이 기도가 줄줄 나왔다.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다. 뜨겁게 기도하는 중에 방언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평안했다. 엎드린 자리의 눈이 녹아 진흙탕이 됐는데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